이규동
마당 가에 꼬들꼬들 말라가는 고사리를 봐
젊었을 적부터 저것 꺾어 팔아 오 남매를 키웠잖여
다 흙이 내어준 것이여
쩌~아래 다랭이 논에 시퍼런 벼 보이지?
나는 씨 뿌린 것밖에 없는디
흙이 저렇게 키웠잖여
지금 자네 막걸리 상에 애호박있잖여
그것도 흙이 키워 내어준 것이여
근디 나는,
흙에게 줄 것이 읍써
가진 건 몸뚱아리 하나 밖에 없으니
이거라도 줘야제
늙고 꼬부라져 맛이나 있을랑가 모르겄네
나중에 꼴딱꼴딱 숨 넘어가면
흙 밥이나 되어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