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가을 풍경

붕어 0 870

여기 저기

땅빈대처럼 논두렁에 달라붙은 손들은

오그라들고 구부러져

마른 콩대를 붙잡은채

며칠째 씨름을 하고

 

집집마다 늙은 콩깍지에서 빼낸

탱글탱글한 콩알들이

늙은 마당 한 가득

가을볕을 쬐고 있다

 

시간을 대물림하듯

겨울 지나 봄날이면

밭에서 논두렁에서

콩알은 다시 푸르겠지만

 

푸르러질 일 없는 손들은

등 돌리고 쪼그려 앉아

걷기조차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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