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어떤 바랭이의 가을

붕어 0 900

논두렁에 뿌리를 내린

바랭이

예초기 날에 몸뚱이 잘려나갈 때마다

바닥으로

바닥으로

내려앉더니

 

햇살이 가을 문턱을 넘어선 날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겨우

이삭을 밀어올렸다.

 

숙명처럼 다가서는 예초기날에

이삭 품은 몸둥이 다시 잘려

논두렁 위에 고꾸라진 채

갈색으로 말라가는데

 

더 이상의 기회가 없는

생의 끝,

볼품 없는 이삭을 들어올리는

논두렁 위로

단단한 씨앗 몇 개

눈물처럼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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