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고추밭 한 켠
마음을 내어 심은
토마토 네 그루
가뭄에 물뿌리고
곁순 따고
지주 세워 키웠으나
7월이 가도록
토마토 맛을 못봤다
어제 본 토마토를 따러
새벽에 찾아가도 헛일이다
잘 익은 토마토만 골라
알뜰히 쪼아먹은
물까치 소리가
비웃음인지 인사인지
헷갈리는데
소나무 꼭대기
백로 한 마리
큰스님처럼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