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붕어 4 1,261

​해거름녘

마을 어귀 느티나무 아래

농사 짓는 형님 셋이 앉아 소주를 마신다

상추를 딴 만호형은

오른 손 손가락 끝마디가 새까맣고

논을 매고 온 대중이형은

갈라진 손 끝마다 흙심줄이 박혔고

마늘 캐고 온 재운이 형은

두 손 끝이 모두 흙빛인데

뭘로 농사를 짓는지

내 손만 말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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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흙심줄이 표현이 좋다. 관찰하지 않고 관념으로만 쓰기 어려운 말이다. 니 손 말끔한걸 농사짓는 손에 비유하기만 하지 말고, 니가 짓는 농사도 같이 표현해 주어야 한다. 가르치는 농사도 마음에 흙심줄 박히는 일이니. 흙빛 손 농사만 중요하고 백묵을 쥔 농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관념에 빠지면 안된다. 모든 농사가, 모든 노동이 다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
박소천
좋은시 보고 많은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조성웅
내 깔금한 손과 흙심줄이 박혀 있는 그이들의 손과의 닮음을 발견하는 것, 이것이 규동의 시가 가야할 곳이야 ㅎ
붕어
네....
형들의 손을 보면 그냥 제 삶이 늘 반성이 되어서요.....
열심히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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