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먼지만 풀풀 날리는 가뭄에
고추순마다 진딧물이 턱 붙었다
오그라드는 이파리 사이로
안절부절하는 마음 같이 오그라들어
이사람 저사람 걱정 털어놓으니
목초액이 직효다
현미식초를 뿌리면 잘 떨어진다
소주에 친환경 물비누를 타서 뿌리면 된다
난황유에 마늘즙을 섞어 뿌려라
자담오일이 최고다
물어보는 사람마다
자신만의 방법을 이야기해준다
시커먼 진딧물과 함께 붙었던
걱정을 털어내고 돌아서며
드는 생각
아침 저녁
허리 숙여 고추밭 살피는 마음과
걱정 풀어 물어보는 마음만 있으면
아무리 가뭄이 기승을 부려도
그 끝에 달린 빨간 고추를 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