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논물 보러 나간 새벽에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윗논 아저씨께 인사드리는 일이다
늘 나보다 먼저 나와
늦게 들어가는 아저씨
내 논두렁 땅강아지구멍까지 막아주시고
참 부지런하다 칭찬 한 마디 던지시더니
우렁을 얼마나 넣었냐
어깨 너머 슬쩍 물어보신다
쫑긋 귀 기울이신 후
농약이랑 별차이 없다 하시더만
아무리 농사 잘 지어도 소용없단 말 남기고
구불구불한 논두렁처럼 걸어가신다
돌아선 발걸음마다 뭍어나는 말
농사를 잘 지어도 소용이 없다
아침 저녁으로 보살펴 풍년이 들어도
예금통장 하나 만드는 일이 꿈 같은 농삿일
농약값, 모종값, 비료값...
선낱 직불금으로 메꾸더라도
한 시간 최저임금 나올까 말까한
소용없는 일
그 소용없는 일을 하러
윗논 아저씨도
나도
아랫논 형님도
닭도 울지 않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자식 같은 모들과 눈인사 하며
오늘도 논두렁에 선다
묘사는 아주 강한 힘이 있다는 것 잊지 말고 퇴고 하면
논두렁에 서는 마음이 드러날거야
... 이젠 일하러 가야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