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소용없는 일

붕어 2 1,156

논물 보러 나간 새벽에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윗논 아저씨께 인사드리는 일이다

 

늘 나보다 먼저 나와

늦게 들어가는 아저씨

 

내 논두렁 땅강아지구멍까지 막아주시고

참 부지런하다 칭찬 한 마디 던지시더니

우렁을 얼마나 넣었냐

어깨 너머 슬쩍 물어보신다

 

쫑긋 귀 기울이신 후

농약이랑 별차이 없다 하시더만

아무리 농사 잘 지어도 소용없단 말 남기고

구불구불한 논두렁처럼 걸어가신다

 

돌아선 발걸음마다 뭍어나는 말

농사를 잘 지어도 소용이 없다

 

아침 저녁으로 보살펴 풍년이 들어도

예금통장 하나 만드는 일이 꿈 같은 농삿일

농약값, 모종값, 비료값...

선낱 직불금으로 메꾸더라도

한 시간 최저임금 나올까 말까한

소용없는 일

 

그 소용없는 일을 하러

윗논 아저씨도

나도

아랫논 형님도

닭도 울지 않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자식 같은 모들과 눈인사 하며

오늘도 논두렁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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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조성웅
설명과 묘사를 구분하는 눈이 필요할 것 같아
묘사는 아주 강한 힘이 있다는 것 잊지 말고 퇴고 하면
논두렁에 서는 마음이 드러날거야

... 이젠 일하러 가야 해서...
붕어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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