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복숭아나무

붕어 3 1,592
칠십년 굽은 허리에서
꽃이 핀다
소나기처럼 지나간 생의 끝자락
하루도 흙내 떠날 날 없던
갈라진 피부를 뚫고

미친 놈 같은 바람이
솔 숲을 울리고
세상 요란하여도
밭두렁 비탈에서
꿈쩍 없이 버티어 섰던

지는 해쯤이야 이제는
두려울 것 없는
발 앞에 다가서는 어둠이
생의 끝점이라 해도
숨소리 한점 흐트러지지 않는
구부러진 삶의 허리에서

흙에 뿌리를 박고
한 생을 내어주고도
아직도 내어줄 힘이 남아있다며
연분홍 꽃송이
따박따박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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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조성웅
이 시를 읽다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문장을 가지고 난 이렇게 배치해봤어. 참고 ㅎ 

<시> 복숭아나무

밭두렁 비탈 흙내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흙내는 기울어져 있지 않아 좋았다 
수평을 잡는 일에 한 생을 다 내어주고 싶었다

소나기처럼 생은 지나갔지만
지는 해쯤이야 이제는 두려울 것이 없다

생의 굽은 허리에서 
연분홍 꽃들이
따박따박 핀다
박상화
확실히 시가 차이가 나는구나. 규동이가 한참 더 써야 한다는 뜻이다. 규동이가 쥔 감흥과 풍경을 순서대로 설명하려 들지 말고, 시간과 공간을 앞으로 뒤로 마음대로 배치해서 주제를 살리는 지점을 찾아야 시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시 안의 모든 단어들이 한군데를 주시하고 잇어야 한다. 매 시마다 퇴고연습이 더 필요한 거지.
붕어
네, 다시 들여다보겠습니다..^^
오랜만에 형들 이야기 들으니 아랫배에서 뭔가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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