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반겨주지 않아도

붕어 11 2,558

​뒤꼍 시멘트 바닥

미처 쓸어내지 못한

흙 한 줌 위에서

양지바른 밭구석

지난 가을 새겨진

농부의 발자국 위에서

쭉 뻗은 햇볕이

겨우 닿는

바위틈에서

냉이가

꽃다지가

별꽃이

개불알풀이

언 땅을 녹이며

꽃을 피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박상화
이 시는 제목이 살렸네. ^^ 무난하다. 마찬가지로 자꾸 손대서 좀 더 풍성하게 만들면 좋겠다.

뒤꼍 시멘트 바닥 미처 쓸어내지 못한 흙 한 줌 위에서​, 양지바른 밭구석 지난 가을 새겨진 농부의 발자국 위에서​, 쭉 뻗은 햇볕이 겨우 닿는 바위틈에서​, 냉이가, 꽃다지가, 별꽃이, 개불알풀이, 언 땅을 녹이며 꽃을 피운다​.

싱겁다는 건 너만의 말이 없다는 거다. 남들이 이미 다 쓴 말이라는 거다. 누구나 갖는 인식이지만 너만의 말을 만들어야 시가 된다. 아니면 너만의 인식이 남에게 전해질 수 잇어야 시가 된다. 위의 글은 너무 흔한 인식이고, 행연을 다 붙여도 별 차이가 없으니 싱겁다하는 것이다. 제목에서 네 생각이 드러나면서 시를 살리긴 했지만, 그 역시 흔한 인식이니 매사에 관찰과 사색을 더 많이 해야한다.
붕어
반겨주지 않아도

봄비 내리는 저녁
수건을 눌러쓴 아랫집 아주머니
자박자박 걸어온다

우산도
장화도 없이
구부러진 길을 돌아
감자밭 사이로

지난 가을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아저씨가 걷던 길을
자박자박 걸어온다

땀방울인지
그리움인지
서러움인지

구부러지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슴푸레 빗속으로 걸어간
발자국마다
꽃이 핀다

꽃다지가
앉은뱅이꽃이
다닥다닥 붙어
흙빛으로 핀다


제목만 두고 내용을 바꿨어요.....
상화형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시가 싱겁다는 느낌이 들어서....
냉이나 꽃다지를 구체화시키면 어떨까하여....
살펴봐주세요~!^^
신경현
처음 시 보단 깔끔하단 생각이 드네^^하지만 우산과 장화가 이 시에서 어떤 역활을 하는지 혹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이해가 안되네..즉 내가 보기엔 이 연에서 우산과 장화의 관계 혹은 의미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사족에 불과할 뿐이란 생각이 드네..땀방울과 그리움과 서러움도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표현하는 건 어떨지하는 생각이 드네..반겨주지 않아도 누군가가 빗길을 걸어갈 때 도대체 왜 그 누군가는 걸어가는지에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는다..좀 더 압축하던지 아님 구체적인 이야기를 넣던지 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
붕어
오케이!^^
다시 읽어보고 다시 정리...^^
고마워~!
박상화
처음의 시는 "반겨주지 않아도 봄에는 꽃들이 핀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바뀐 시는 스토리가 들어갔다. "아저씨가 죽고 아주머니가 혼자 밭으로 가는 길에 봄 꽃들이 핀다"는 것이다. 두번쨰 시가 훨씬 깊다.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다.

 경현이가 본 우산과 장화는 죽은 아저씨다. 즉, 이 아주머니는 남편이라는 인생의 방패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우산도 장화도 없는 처연한 상태로 보였을 것이다. 비는 오고, 아주머니는 밭으로 간다. 그 아주머니 발자욱에 흙빝 꽃이 핀다. 죽은사람은 죽었어도 산자는 살아야 하는 삶이 고스란히 담겨서 난 좋게 보았다. 더우기 피어나는 꽃이 흙빛이라 더 깊다.

그런데 경현이가 지적한대로 땀방울, 그리움, 서러움은 과도한 설명이 된다. 이미 우산도 장화도 없이..비..에 그 모든 것이 담겻다. 이럴땐 그러한 감정을 빼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슬픈 그림을 보여주고, 슬프지슬프지 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만으로 통할 수 잇는 것이 더 깊은 것이다.

지적한다면,
1. 드러난 화자의 감정을 빼주고, 묘사로만 가는 것이 좋겠다.

2. 감자밭 사이로 보다는 감자밭으로 라고 해야, 아주머니가 농부인게 드러난다. 농부가 아니고 그냥 저녁산책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과부의 처연함만 남는다. 아주머니가 농부여야, 감자밭을 매러 가야 거기에 삶이 드러난다. '감자밭 사이로'와 '감자밭으로'에서 '사이로와 으로'의 차이가 이만하다. 토씨의 역할을 새겨두면 좋겠다.

3. 마지막으로 이렇게 되면, 경현이 말대로 제목이 어려워진다. 반겨주지 않아도 가 시 내용과 따로노는 느낌이 된다. 지금 시내용은 꽃이 피는 것이 반가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겠다. 제목을 잘 고민해보면 좋겠다. 흙이 주제어다. 아저씨가 돌아간 흙, 아주머니가 밟고가는 흙, 꽃이 피어나는 흙이 중심이다. 또 하난의 주제는 꽃이다. 이제는 봄꽃이 아니라 '남겨진 자의'삶의 꽃이기 떄문이다. 제목을 내가 만들어 줄것이 아니라 작가의 고민거리로 돌려주어야 하는데, 때론 새로운 조어, 신조어가 되어도 좋다. 가능한 조어- 거기서부터 너만의 단어들이 생긴다. 잘 고민해 보길 바란다.

이 시는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깊이를 보여주는 시가 되었다. 좋다.
붕어
^^;; 예상적중!!
한 참 홈피를 못들어오다 시를 정리해보고 싶어 시를 펼쳤다가 혹시나~해서 들어왔는데..
역시!! 상화형 말씀이!! 고마워요. 형!


흙빛으로 피는 꽃

봄비 내리는 저녁
수건을 눌러쓴 아랫집 아주머니
자박자박 걸어간다

우산도
장화도 없이
구부러진 길을 돌아
감자밭으로

지난 가을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아저씨가 걷던 길을
자박자박 걸어간다

구부러지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슴푸레 빗속으로 걸어간
발자국마다
꽃이 핀다

꽃다지가
냉이가
다닥다닥 붙어
흙빛으로 핀다


비는 오고 해가 지는데도 감자밭을 만든다고 분주히 움직이시는 아주머니를 보고 생각한 것이니 '감자밭으로'라 해도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요.^^;
박상화
흙꽃=아주머니기 떄문에, 지금 제목도 좋고, '감자밭으로'는 좀 이상하고, '감자밭'으로 해도 괜찮을것 같다. 내가 생각한 제목은 '흙꽃'이었는데, 이러저러한 제목들이 다 맞다 싶다. 감정표현을 빼서 시가 군살이 없고 좋다. 이 시는 더 고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박상화
다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압축해서 더 짧게 쓸 수 잇는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담긴 이야기는 그대로, 행은 짧게. 시에 더 깊게 보면 가능할 것이다.
붕어
한 번 더 정리해봤어요...^^;

흙꽃

봄비 내리는 저녁
수건을 눌러 쓴 앉은뱅이꽃이
자박자박 걸어간다

우산도
장화도 없이
구부러진 길을 돌아
감자밭으로

소주병을 품에 안고
흙으로 돌아간
옛사랑이 걷던 길을
자박자박 걸어간다

구부러지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슴푸레 빗속으로 걸어간
발자국마다
꽃이 핀다
흙빛으로 핀다
해방글터
서사는 약간 바뀌(주사->소주병)었지만 시는 더 깊어졌다.  이제부턴 독자를 정해야 한다. 수건을 눌러 쓴 앉은뱅이꽃..에서 안은뱅이꽃이 어떻게 수건을 쓰느냐는 독자도 잇을 것이고, 꽃보다 옆집아주머니라는 직설적 표현이 더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 읽히고 어디까지 이해해주길 바라는지를 서서히 정해가야 한다. 안그러면 표현의 수위를 놓고 갈등하게 된다. 쉽다는게 꼭 직설적인 표현을 의미하지 만은 않기 떄문에, 직설의 수위, 은유의 수위를 정해야 하는데, 가장 쉽고 바른 길은 작가의 마음에 드는 표현을 선택하는 것이다. 누가 잘 이해하지 못해도 내 시의 독자는 이정도의 깊이로 따라와 주길 바라는 것이 결국은 내 마음에 드는 정도일 것이다. 처음 시와 완전히 다른 시가 되어버렸다. 잘 비교해보고 어느쪽이 더 좋은지도 가늠해 보면 조금씩 공부가 될것이라 믿는다.
붕어
그러게요.
처음 썼던 시와는 다른 시가 되었습니다...^^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7 명
  • 오늘 방문자 306 명
  • 어제 방문자 515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3,513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