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잠꼬대

붕어 6 1,762

 

30년 비탈진 밭뙈기 하나에

청춘을 뿌리고

10년 단추공장 잡부로

15년 청소부로

삶이 구부러진

아버지가

 

새벽 네 시,

잠들지 않은 도시가 뱉어낸

토사물을 치우고

막걸리 세 병으로

아침 문 여는

아버지가

 

하소연 한 번 못해 본 삶이

가슴에 얹혀

오른 손 덜덜 떨리는

일흔 여섯 아버지가

 

도시의 한구석

반지하 골방에 잠든 채

힘겹게 흐느낀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해방글터
그런 풍경을 목격한 것의 묘사는 좋은데, 아버지의 흐느낌이 하소연한번 못해 본 삶이 서러워서인지. 그 부분을 좀 더 잡아줬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는 관찰자의 추정일 것이고, 흐느낌은 일시적 감정인데반해, 시에서 흐느낌의 이유가 일생을 관통한 하소연이라는 것이 모호한 것이다. 흐느낌을 만든 직접적 사건이 더 있었을 것 같고, 강조하고 싶은 것이 하소연못한 노동의 일생이었다면 흐느낌은 집중을 방해한다. 흐느낌을 빼면 오히려 풍경이 잔잔해진다. 아버지의 흐느낌은 관찰자의 짐작처럼 일생의 삶이 서러워서가 아니라, 오늘 아침에 서러운 일이 잇어서 일수도 잇고, 늙고 외로워서 일수도 잇고, 노동을 못하니 돈이 없어서 서러워서 일 수도 잇다. 흐느낌은 이 모든걸 끌고 온다. 왜 흐느끼는 걸까. 그걸 설명하지 않는 시인도 잇다. 그냥 흐느끼는 풍경으로 만들어 던져주기도 한다. 근데 "하소연 못해 본 삶"이라는 설명은 시간적으로 너무 긴것이다. 그 안에 너무 많은 얘기가 잇는 것이다. 그걸 뭉뚱그려서 묶어 놓으면 요체를 전달하기는 하되 감동이 없어진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긴 세월의 결정체이기떄문에 이야기가 많다. 감동은 디테일로 가야 한다.

연들은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해서 좋다. 다만 제목은 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흐느낀다 와 같은 이유다. 작가는 알지만 독자는 모르는 부분이 거기있다.

사족: 근데. 김병관씨가 같은 동네에 사니? 옛날에 현대중공업에서 일했고, 왈왈이들의 합창이라는 책을 써서 전태일문학상 받았던 분인데. 지리산에 들어가 있는걸 어제 알앗네.
붕어
네, 김병관이란 분은 우리 마을에 살고요.
'왈왈이들의 합창'은 이재관씨가 쓴건데....^^;;
김병관씨는 잘은 모르고 얼굴만 아는 사이고요.
이재관씨는 딸이랑 같은 반에 아들을 보내서 재작년부터 알게 되었어요.
이재관씨는  참죽나무라고 불러요.
꽤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박상화
아.. 이재관씨가 맞다. 인제 사람이름이 생각이 안나..ㅠㅠ 그분 해방글터 알거야, 아마. 우리 초창기에 윤길이형님이라고 있었는데, 같이 근무하셨거든. 오래전이다. 2001년도 쯤이니. 그분이 지리산으로 가셨구나..
붕어
^^ 네, 얼마전에 성웅이형 화천 집에 난로 놔드리고 왔다고
저보고 성웅이형 아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안다고....ㅎ
참죽나무는 요즘 곡성에서 살고 있고요.
적정기술(항꾸네협동조합)과 마을 이장 등 일을 엄~청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올해는 일 하는 것 줄이고 살찌는 게 목표라고....ㅎ
붕어
30년 비탈진 받뙈기 하나에
청춘을 뿌리고
10년 단추공장 잡부로
15년 청소부로
삶이 구부러진
아버지가

새벽 네 시
잠들지 않는 도시가 뱉어낸
토사물을 치우고
막걸리 세 병으로
아침 문 여는
아버지가

정직하고 부지런해도
가난해야했던 삶이
가슴에 얹혀
오른 손 덜덜 떨리는
일흔 여섯 아버지가

도시의 한구석
반지하 골방에 잠든 채
숨소리 힘겹다


제목은 아직 못정했어요.^^;;
박상화
더 좋다. 마지막줄을 조금 고치고, 제목을 '숨소리'로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아버지의 숨소리는 흐느낌, 힘듬이 다 포괄된 용어다.

도시의 한구석
반지하 골방에 잠든 채
꿈조차 힘겹다/ 꿈 속에서 우신다/ 꿈도 무겁다..등등  그냥 '숨소리 힘겹다'도 괜찮고.

막걸리 세 병으로
아침 문 여는
- 이런 부분은 약간 기교를 섞어 줘도 좋다. 아침을 따는/ 아침을 여는/

새벽 네 시
도시의 토사물을 치우고
막걸리 세 병으로 아침을 여는
아버지가

새벽 네 시, 도시의 토사물을 치우고
희뿌연 막걸리 새사발로 아침을 여는
아버지가

새벽 네 시, 도시의 토사물을 치우고
막걸리 깨끗한 새사발로 아침의 문을 열어주는
아버지가

이제 큰 틀이 좋아졌으니, 디테일에서 이것저것 여러개 다른 표현들을 써 보고 표현을 풍성하게 꾸며보면 좋겠다. 단어 한개에 아버지의 생이 들어가기도 나오기도 한다는 걸 아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식으로 1,3연도 자꾸 주물러 가다듬어 보길 권한다. 그대로도 나쁘진 않지만 조금 싱거운 면이 있다.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7 명
  • 오늘 방문자 255 명
  • 어제 방문자 515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3,462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