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한나절을 후벼 파도 지렁이 한 마리 얻지 못하는 닭들아
씹을 만한 모래알도 없는 팍팍한 땅위를 쪼아대야 한다지만
그래도 멀쩡한 발톱과 부리가 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울타리 밖, 푸릇푸릇한 봄동 이파리 뜯지는 못해도
남쪽 산비탈 남향으로 자리 잡은 닭장에 해가 들고 바람이 이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하루에 한 번 채소 찌꺼기라도 얻어먹고
가끔 어린 손이 벌레들도 던져주니
그래도 다행이라 해야 할까
35일이 되었다고 노리는 손 없고
알을 낳지 못한다고 생산성을 재촉하지 않으니
그래도 다행이라 해야 할까
물똥이라도 쌀 량이면
마른 배춧잎이라도 몇 장 얻어먹고
윤기 나는 깃털 세워
알이라도 한 번 품어볼 수 있으니
이정도면 다행이라 해야 할까
움직임도 빛도 없는 곳에서
꾸물꾸물 샘솟는 삶의 의지로 성장촉진제를 쪼아대는
35일 짧은 삶의 닭들 보다는
1년 반 쉼 없는 생산의 끝 폐닭이란 이름표를 달고
생명이 될 수 없는 알조차 품어보지 못한채
생산성과 경제성에 팔려가는 5톤 트럭 위의 닭들 보다는
옆 마을 닭들이 독감에 걸렸다고
말똥말똥 눈뜨고 흙구덩이로 끌려가 묻혀야하는
닭들 보다는
하늘 아래 숨 쉬는 생명이 아니었던 그런 닭들 보다는
팍팍한 여덟 평 흙바닥에서의 삶을
다행이라고 말해도 될까?
형님 말씀 대로라면 도시도 내가 사는 세상이고 시골도 내가 사는 세상이라....
큰 아픔에 등 돌리고 나만의 세상을 찾는 것 같아 답을 하지 못했어요...
여전히 문제는 자본주의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