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사성암에서

붕어 0 937

겹겹이 펼쳐진 산과

구례를 휘감은 섬진강의 물결이 아닌

사성암 절벽에서

눈을 잡아 끄는 건

벼랑 끝에 선 쥐똥나무

 

흙 한 점 없는 깎아지른 바위 틈에

뿌리 다 내어 놓고도

입동이 지나도록 이파리 푸른

볼품 없고 키 작은 쥐똥나무

 

여름 햇살을 피할 곳도

겨울 바람을 피할 곳도

목 축일 흙도 없이

삐쩍 마른 몸둥이로

위태롭게 서 있는데

 

굳이 걱정하지 말아야겠다

절벽의 겨울 맨 몸으로 버티고서

다시 찾은 봄이면

사성암을 휘감는 시린 향기가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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