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사람이 그리운 풍경

붕어 2 1,147


​                - 인사동에서 -

산골짝 산사 어디쯤에서 내려와

길 위를 하늘거리던, 풍경소리가

마음을 씻기고

꿈 실은 젊은이의 기타소리가

사람들 사이 길을 터줄 때 쯤

유과 한 상 차려놓고

넉넉한 임담을 팔던 청년 둘이

있었지

하늘로 돌아간 시인의 아내가 숨 쉬던

골목 어귀 작은 찻집도

왕을 피해 걸었다는 뒷골목 끝자락

무용담 자글자글하던 막걸리집도

할아버지 같은 술집

소주 한 병 올려놓은 유리창 너머에는

한 땀 한 땀 만들어 놓은 세상이

반짝거리고

빗방울 소담스레 떨구던 낮은 처마와

그 아래 줄을 선 손수레 사이로

어머니의 미소가

거리를 채우던 길​

깨지지 않는 유리벽과

규격화된 보도블럭들

말라 죽은 숨결마저 ​쓸어버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텅 빈 길

​반만 채운 종이 수레가 힘겨운

꼬부라진 노인을 따라

쓸쓸한 마음을 만지작 거리며

돌아서는 인사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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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1-3연은 본인의 추억이고, 4-7연까지는 여러사람이 기억하는 인사동의 옛풍경입니다. 8연부터는 변한 인사동 풍경(현재)입니다.
아마도 인사동을 다시걸으며 과거에 인사동에서 잇었던 추억을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인사동에서 노닐던 시절에 함께했던 사람도 그립고, 시절도 그립고, 풍경도 그리운 데, 지금은 그 모든 것을 꼬부라진 노인이 대신합니다.
마지막 연에서 자본의 이익에 압사당한 인사동(문화의 공간, 역사의 공간을 의미하는)을 묘사한 것이 시를 살렸다고 봅니다.

요즘 인사동이 그렇게 바뀌었군요.
붕어
네....
사람 냄새가 안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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