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단양쑥부쟁이

붕어 4 1,437

신작로가에 미루나무들이 쓰러지고

하늘 다람쥐들은 엔진톱을 든 사람들에게 잡혀

몸보신용으로 팔려나갔지

 

잔잔한 물결로 자갈밭과 밀당을 하던 옥순봉 아래 여울

하교길에 유리어항 하나 들고가

쉬리며 돌고기 그득그득 건져내던 추억은

오석을 찾는 포크레인이 찾아와

깊이 묻어버렸어

 

비가 그친 뒤 구름이 오르내리던 앞산 중턱에는

발파먼지가 일었고

사람들은 무너질 집을 단장했지

금간 담을 바르고

빛바랜 지붕을 색칠하고

흙벽에는 하얀 횟가루를 입혔지

 

그렇게 받은 수몰 보상금 칠팔백을 쥐고

땅 파먹는 재주밖에 모르는 두려운 농부의 마음은

쫓기듯 떠났어

안양으로 의정부로 부산으로

단추공장으로 공사장으로 경비원으로

 

30년이 흘러

흔들리는 그들을 만났어

 

고향에서 칠백리는 떨어진

지리산 골짝 초등학교 운동장

집 잃고 삶을 잃어 갈 곳 없는

히어리, 미선나무, 삼백초 그 사이

 

물에 잠긴 터전과

시멘트에 묻힌 마음과

포크레인에 찢긴 삶이

아무리 독한 알콜을 부어도 치료되지 않아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아야하는

 

하나 둘 사라져도

농사를 짓고

전기를 만들고

공장을 돌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멸종위기의 사람들을

 

 

단양쑥부쟁이: 4대강사업으로 터전을 잃고 2013년부터 멸종위기종으로 관리되고 있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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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사라들은-> 사람들은

절창입니다.
김영철
수몰된 고향뿐만 아니라
수몰된 사람들
수몰된 동물과
자연까지도 애닯은 산하입니다
붕어
감사합니다......
조성웅
단양쑥부쟁이->멸종위기의 사람들을 지리산 골짝 초등학교 운동장, 히어리, 미선나무, 삼백초 그 사이에서 보는구나, 얼마나 귀하고 반가웠을까ㅜ 시인의 마음이 얼마나 벅차고 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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