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신작로가에 미루나무들이 쓰러지고
하늘 다람쥐들은 엔진톱을 든 사람들에게 잡혀
몸보신용으로 팔려나갔지
잔잔한 물결로 자갈밭과 밀당을 하던 옥순봉 아래 여울
하교길에 유리어항 하나 들고가
쉬리며 돌고기 그득그득 건져내던 추억은
오석을 찾는 포크레인이 찾아와
깊이 묻어버렸어
비가 그친 뒤 구름이 오르내리던 앞산 중턱에는
발파먼지가 일었고
사람들은 무너질 집을 단장했지
금간 담을 바르고
빛바랜 지붕을 색칠하고
흙벽에는 하얀 횟가루를 입혔지
그렇게 받은 수몰 보상금 칠팔백을 쥐고
땅 파먹는 재주밖에 모르는 두려운 농부의 마음은
쫓기듯 떠났어
안양으로 의정부로 부산으로
단추공장으로 공사장으로 경비원으로
30년이 흘러
흔들리는 그들을 만났어
고향에서 칠백리는 떨어진
지리산 골짝 초등학교 운동장
집 잃고 삶을 잃어 갈 곳 없는
히어리, 미선나무, 삼백초 그 사이
물에 잠긴 터전과
시멘트에 묻힌 마음과
포크레인에 찢긴 삶이
아무리 독한 알콜을 부어도 치료되지 않아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아야하는
하나 둘 사라져도
농사를 짓고
전기를 만들고
공장을 돌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멸종위기의 사람들을
단양쑥부쟁이: 4대강사업으로 터전을 잃고 2013년부터 멸종위기종으로 관리되고 있는 식물
절창입니다.
수몰된 사람들
수몰된 동물과
자연까지도 애닯은 산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