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겨우내 숨죽였던 계곡물에
힘이 넘쳐요
시간이 흐른 게지요
조금은 시끄럽게 흘러도
그 소리 반갑게 맞는 거지요
산다는 건
늘 그랬더래요
흐르고 흘러
길게 펼쳐진 강가를
조용히 돌아
무섭게 소용돌이 치며
바위를 쓸어 내리고
어느 한 자리
모래턱을 만들어
연보라 꽃 한 송이
피웠다지요
바람이 불면
은사시 뿌리 뽑혔지만
민들레 그 위로 씨앗을 뿌려
바람 너머 세상을
노랗게 그렸다지요
돌 깎는 소리 시끄럽고
넘어진 뿌리 위로
바람 불어도
한 철 흐른 시간 위로
아름다운 꽃은
피었답니다
산다는 건 늘
그랬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