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자본주의.2

붕어 2 1,037

​노예가 아닌

사람으로

자유롭고 싶었을 것이다

우울한 잿빛과

밤을 옥죄는 불빛을 등지고

별빛 속으로 사라진 것은

손가락 하나의 힘으로

배를 불리고

알약 하나의 힘으로

고통을 잊는

삶의 안락함

그것으로 나를 지배하는

벽 뒤의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달빛에 푸른 고추밭과

벼포기마다 자리잡은 거미줄,

밤샘 작업에 걸​린

이슬과 새벽을 보며​

마음 열리고

땅으로부터 발끝을 타고 오르는

자유를 만끽하며

독립을 선언했던​

그러나

가늘고 긴 그의 촉수는

여전히 나의 곁에 있었다

손과 발과 혀가 닿는 모든 곳에서

질긴 촉수의 돌기들이 튀어나와

피를 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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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붕어님은 시를 포착하고 구성하고 묘사하는 부분은 아주 잘합니다. 시를 오랫동안 많이 써 본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은유의 사용도 자연스럽고 편안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휘들을 자기만의 것으로 만드는 힘이 아직 아쉽다는 것인데, 일반적인 생각에서 좀 더 파고들면 참 좋은 시가 나오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못하는 것이고 공부가 부족한 부분이라 예시를 들기가 어렵지만, 감탄사가 나오면서 무릎을 칠 만한 예리함이 있으면 좋겠다 정도로만 표현을 드립니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최승호 시인의 북어, 김기택 시인의 사무원 같은 시들이 그 어휘에 자기만의 생각을 입힌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어휘가 힘을 갖지 못하면 시는 어딘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것이 되어 버립니다. 어휘의 독창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러면 어떤 어휘나 사물을 오래 공글려 보아야 합니다. 시를 밀고 나가는 힘에 어휘의 힘이 보태어져 반짝반짝하기를 기대합니다.
붕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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