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자본주의.2

붕어 2 1,197

​노예가 아닌

사람으로

자유롭고 싶었을 것이다

우울한 잿빛과

밤을 옥죄는 불빛을 등지고

별빛 속으로 사라진 것은

​

손가락 하나의 힘으로

배를 불리고

알약 하나의 힘으로

고통을 잊는

삶의 안락함

그것으로 나를 지배하는

벽 뒤의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

달빛에 푸른 고추밭과

벼포기마다 자리잡은 거미줄,

밤샘 작업에 걸​린

이슬과 새벽을 보며​

마음 열리고

​땅으로부터 발끝을 타고 오르는

자유를 만끽하며

독립을 선언했던​

​

그러나

가늘고 긴 그의 촉수는

여전히 나의 곁에 있었다

손과 발과 혀가 닿는 모든 곳에서

질긴 촉수의 돌기들이 튀어나와

피를 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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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붕어님은 시를 포착하고 구성하고 묘사하는 부분은 아주 잘합니다. 시를 오랫동안 많이 써 본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은유의 사용도 자연스럽고 편안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휘들을 자기만의 것으로 만드는 힘이 아직 아쉽다는 것인데, 일반적인 생각에서 좀 더 파고들면 참 좋은 시가 나오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못하는 것이고 공부가 부족한 부분이라 예시를 들기가 어렵지만, 감탄사가 나오면서 무릎을 칠 만한 예리함이 있으면 좋겠다 정도로만 표현을 드립니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최승호 시인의 북어, 김기택 시인의 사무원 같은 시들이 그 어휘에 자기만의 생각을 입힌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어휘가 힘을 갖지 못하면 시는 어딘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것이 되어 버립니다. 어휘의 독창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러면 어떤 어휘나 사물을 오래 공글려 보아야 합니다. 시를 밀고 나가는 힘에 어휘의 힘이 보태어져 반짝반짝하기를 기대합니다.
붕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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