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한 곳을 향해 선 사람들 모두
가슴팍에 손을 올렸다
하얀 천에
작대기 몇 개,
동그라미 한 개 그려놓고
경의를 표하라는데
그것에 조국이 있고
민족이 있어
충성을 다하라는데
몸 바치고
마음도 바쳐야하는
조국이 뭔지 모르겠다
민족이 뭔지 모르겠다
곰곰히 생각하고 찾아봐도
내 숨결 닿는 곳에 만나는 이들이
조국 같지는 않다
민족 같지도 않다
보이지도 찾을 수도 없는 것에
충성과 복종을 강요당하며
가슴팍으로 손 올린 집합 연수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치라 모인 자리
마흔이 넘은 선생이 되어
가르친다는 것이
보이지도 찾을 수도 없는 것에
충성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 것이라
모두들 손을 올린 맨 뒤에서
주먹 쥔 오른손에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