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아이들 앞세우고 걷는 가을길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그린
연보라 하얀 길
아름답다는 건
자연스럽다는 거야
이 사람 저사람의 손끝에서
가꿔진 꽃밭이 아니라
밭둑에서
소나무 아래서
어떤 놈은 키 크게
어떤 놈은 키 작게
어떤 놈은 하양으로
어떤 놈은 분홍으로
그렇게 핀 꽃이
아름다운 거야
선생은
꽃밭을 만들어서는 안돼
똑같은 키와
똑같은 색깔로
누군가의 눈요기를 위한
꽃밭을 만들면 안돼
돌팍 위에 자리 잡은 놈의
거름이 되고
모래 위에 자리 잡은 놈의
물이 되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꽃을 피우도록
얌전히 사라지는 거야
그게 선생이야
네가 걸어야할 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