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니가 싸는 것은 밥이다

붕어 2 1,136

​실상사 작은 학교 화장실 벽

소변기 앞으로 자리 잡은 서각

니가 싸는 것은 밥이다

조금은 어설픈 서각을 보면

오줌 싸는 마음이 경건해진다

내가 싼 것이

누구에겐가 거름이 되어

단단한 씨앗을 맺고

그 씨앗은 나를 키우는 힘이 되듯

세상의 ​모든 것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커가는 것일텐데

이사람 저사람 손잡고

넘치게 싸질러 놓은 말들은

누구에겐가

밥이 될 수 있을까

실상사 작은 학교 화장실 벽

소변기 앞에 자리 잡은 서각

니가 싸는 것은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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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앞 석줄을 빼고 읽어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서각의 내용을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뛰어넘는 것이면 시가 살아나는 것입니다. 싼다에서 연유하여, 말을 싸지른 것까지 가고, 그 말이 밥인지 여부를 묻는 부분이 좋습니다.
붕어
감사합니다.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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