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저마다의 초록으로 논둑을 만들던
쑥, 토끼풀, 쇠뜨기...
하루 사이 벌겋게 죽음을 맞았다
평온을 담은 무논에
세상 고스란히 비추던 때
두려움 없이 뿌린 죽음은
모두 붉은 빛이었다
어디에도 생명은 없었다
습관처럼 논둑을 덮은 성장촉진제
그것을 먹은 풀들은
몸을 뒤틀고 말라죽었다
풀의 죽음 밑에서
썩어가는 낫이 보였다
길들여지지 않은 농부의 손길이
고통스러워했다
독을 품은 땅이 보였다
땅 속에서 꾸물대는
괴물이 보였다
깊은 산 속 다랑이논까지 다가와
오월의 푸른 논둑을 빼앗고
공생과 공존위로
회복 불능의 독을 뿌리며
터질 듯 커가는 괴물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