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산촌살이. 2

붕어 1 922

​물까치 깩깩 거리고

장끼 소리 요란한 오후

아들과 칼 한 자루씩 들고

지천에 푸른 미나리를 뜯는다

어디서 겨울을 났는지

딱따구리며 산비둘기

분주한 봄을 만드는 사이

개구리 한 마리 정신없이 울어댄다

저녁이면 이놈 저놈 다 울어대

제 목소리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인지

한 나절이라도 빨리 짝을 찾아

제 씨앗을 뿌리고 싶었던 것인지

이런 저런 새소리들

다 제치고

유난히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꽤괴괵 꽤괴괵

물까치, 딱따구리 바로 앞에서

나 여기 있소 울어대는

개구리 한 마리

조용한 밤을 기다리는 놈들 사이로

벌건 대낮에 홀로 우는

독불장군을 보며

아들에게 건네는 말

세상에는 저런 놈도 필요하다

모두들 밤이 안전하다 울어댈 때

낮에 우는 놈도 필요하다

비록 새에게 쪼여

피가 흐르더라도

낮에도 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저런 놈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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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송곳같은 사람이지요. 좋은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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