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물까치 깩깩 거리고
장끼 소리 요란한 오후
아들과 칼 한 자루씩 들고
지천에 푸른 미나리를 뜯는다
어디서 겨울을 났는지
딱따구리며 산비둘기
분주한 봄을 만드는 사이
개구리 한 마리 정신없이 울어댄다
저녁이면 이놈 저놈 다 울어대
제 목소리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인지
한 나절이라도 빨리 짝을 찾아
제 씨앗을 뿌리고 싶었던 것인지
이런 저런 새소리들
다 제치고
유난히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꽤괴괵 꽤괴괵
물까치, 딱따구리 바로 앞에서
나 여기 있소 울어대는
개구리 한 마리
조용한 밤을 기다리는 놈들 사이로
벌건 대낮에 홀로 우는
독불장군을 보며
아들에게 건네는 말
세상에는 저런 놈도 필요하다
모두들 밤이 안전하다 울어댈 때
낮에 우는 놈도 필요하다
비록 새에게 쪼여
피가 흐르더라도
낮에도 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저런 놈도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