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가을 풍경
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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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
2017.10.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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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빈대처럼 논두렁에 달라붙은 손들은
오그라들고 구부러져
마른 콩대를 붙잡은채
며칠째 씨름을 하고
집집마다 늙은 콩깍지에서 빼낸
탱글탱글한 콩알들이
늙은 마당 한 가득
가을볕을 쬐고 있다
시간을 대물림하듯
겨울 지나 봄날이면
밭에서 논두렁에서
콩알은 다시 푸르겠지만
푸르러질 일 없는 손들은
등 돌리고 쪼그려 앉아
걷기조차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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