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어떤 바랭이의 가을
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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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11:18
논두렁에 뿌리를 내린
바랭이
예초기 날에 몸뚱이 잘려나갈 때마다
바닥으로
바닥으로
내려앉더니
햇살이 가을 문턱을 넘어선 날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겨우
이삭을 밀어올렸다.
숙명처럼 다가서는 예초기날에
이삭 품은 몸둥이 다시 잘려
논두렁 위에 고꾸라진 채
갈색으로 말라가는데
더 이상의 기회가 없는
생의 끝,
볼품 없는 이삭을 들어올리는
논두렁 위로
단단한 씨앗 몇 개
눈물처럼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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