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복숭아나무
붕어
3
1,615
2017.04.28 15:11
칠십년 굽은 허리에서
꽃이 핀다
소나기처럼 지나간 생의 끝자락
하루도 흙내 떠날 날 없던
갈라진 피부를 뚫고
미친 놈 같은 바람이
솔 숲을 울리고
세상 요란하여도
밭두렁 비탈에서
꿈쩍 없이 버티어 섰던
지는 해쯤이야 이제는
두려울 것 없는
발 앞에 다가서는 어둠이
생의 끝점이라 해도
숨소리 한점 흐트러지지 않는
구부러진 삶의 허리에서
흙에 뿌리를 박고
한 생을 내어주고도
아직도 내어줄 힘이 남아있다며
연분홍 꽃송이
따박따박 핀다
<시> 복숭아나무
밭두렁 비탈 흙내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흙내는 기울어져 있지 않아 좋았다
수평을 잡는 일에 한 생을 다 내어주고 싶었다
소나기처럼 생은 지나갔지만
지는 해쯤이야 이제는 두려울 것이 없다
생의 굽은 허리에서
연분홍 꽃들이
따박따박 핀다
오랜만에 형들 이야기 들으니 아랫배에서 뭔가 꿈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