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반겨주지 않아도
붕어
11
2,583
2017.03.16 23:47
뒤꼍 시멘트 바닥
미처 쓸어내지 못한
흙 한 줌 위에서
양지바른 밭구석
지난 가을 새겨진
농부의 발자국 위에서
쭉 뻗은 햇볕이
겨우 닿는
바위틈에서
냉이가
꽃다지가
별꽃이
개불알풀이
언 땅을 녹이며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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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꼍 시멘트 바닥 미처 쓸어내지 못한 흙 한 줌 위에서, 양지바른 밭구석 지난 가을 새겨진 농부의 발자국 위에서, 쭉 뻗은 햇볕이 겨우 닿는 바위틈에서, 냉이가, 꽃다지가, 별꽃이, 개불알풀이, 언 땅을 녹이며 꽃을 피운다.
싱겁다는 건 너만의 말이 없다는 거다. 남들이 이미 다 쓴 말이라는 거다. 누구나 갖는 인식이지만 너만의 말을 만들어야 시가 된다. 아니면 너만의 인식이 남에게 전해질 수 잇어야 시가 된다. 위의 글은 너무 흔한 인식이고, 행연을 다 붙여도 별 차이가 없으니 싱겁다하는 것이다. 제목에서 네 생각이 드러나면서 시를 살리긴 했지만, 그 역시 흔한 인식이니 매사에 관찰과 사색을 더 많이 해야한다.
봄비 내리는 저녁
수건을 눌러쓴 아랫집 아주머니
자박자박 걸어온다
우산도
장화도 없이
구부러진 길을 돌아
감자밭 사이로
지난 가을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아저씨가 걷던 길을
자박자박 걸어온다
땀방울인지
그리움인지
서러움인지
구부러지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슴푸레 빗속으로 걸어간
발자국마다
꽃이 핀다
꽃다지가
앉은뱅이꽃이
다닥다닥 붙어
흙빛으로 핀다
제목만 두고 내용을 바꿨어요.....
상화형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시가 싱겁다는 느낌이 들어서....
냉이나 꽃다지를 구체화시키면 어떨까하여....
살펴봐주세요~!^^
다시 읽어보고 다시 정리...^^
고마워~!
경현이가 본 우산과 장화는 죽은 아저씨다. 즉, 이 아주머니는 남편이라는 인생의 방패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우산도 장화도 없는 처연한 상태로 보였을 것이다. 비는 오고, 아주머니는 밭으로 간다. 그 아주머니 발자욱에 흙빝 꽃이 핀다. 죽은사람은 죽었어도 산자는 살아야 하는 삶이 고스란히 담겨서 난 좋게 보았다. 더우기 피어나는 꽃이 흙빛이라 더 깊다.
그런데 경현이가 지적한대로 땀방울, 그리움, 서러움은 과도한 설명이 된다. 이미 우산도 장화도 없이..비..에 그 모든 것이 담겻다. 이럴땐 그러한 감정을 빼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슬픈 그림을 보여주고, 슬프지슬프지 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만으로 통할 수 잇는 것이 더 깊은 것이다.
지적한다면,
1. 드러난 화자의 감정을 빼주고, 묘사로만 가는 것이 좋겠다.
2. 감자밭 사이로 보다는 감자밭으로 라고 해야, 아주머니가 농부인게 드러난다. 농부가 아니고 그냥 저녁산책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과부의 처연함만 남는다. 아주머니가 농부여야, 감자밭을 매러 가야 거기에 삶이 드러난다. '감자밭 사이로'와 '감자밭으로'에서 '사이로와 으로'의 차이가 이만하다. 토씨의 역할을 새겨두면 좋겠다.
3. 마지막으로 이렇게 되면, 경현이 말대로 제목이 어려워진다. 반겨주지 않아도 가 시 내용과 따로노는 느낌이 된다. 지금 시내용은 꽃이 피는 것이 반가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겠다. 제목을 잘 고민해보면 좋겠다. 흙이 주제어다. 아저씨가 돌아간 흙, 아주머니가 밟고가는 흙, 꽃이 피어나는 흙이 중심이다. 또 하난의 주제는 꽃이다. 이제는 봄꽃이 아니라 '남겨진 자의'삶의 꽃이기 떄문이다. 제목을 내가 만들어 줄것이 아니라 작가의 고민거리로 돌려주어야 하는데, 때론 새로운 조어, 신조어가 되어도 좋다. 가능한 조어- 거기서부터 너만의 단어들이 생긴다. 잘 고민해 보길 바란다.
이 시는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깊이를 보여주는 시가 되었다. 좋다.
한 참 홈피를 못들어오다 시를 정리해보고 싶어 시를 펼쳤다가 혹시나~해서 들어왔는데..
역시!! 상화형 말씀이!! 고마워요. 형!
흙빛으로 피는 꽃
봄비 내리는 저녁
수건을 눌러쓴 아랫집 아주머니
자박자박 걸어간다
우산도
장화도 없이
구부러진 길을 돌아
감자밭으로
지난 가을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아저씨가 걷던 길을
자박자박 걸어간다
구부러지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슴푸레 빗속으로 걸어간
발자국마다
꽃이 핀다
꽃다지가
냉이가
다닥다닥 붙어
흙빛으로 핀다
비는 오고 해가 지는데도 감자밭을 만든다고 분주히 움직이시는 아주머니를 보고 생각한 것이니 '감자밭으로'라 해도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요.^^;
흙꽃
봄비 내리는 저녁
수건을 눌러 쓴 앉은뱅이꽃이
자박자박 걸어간다
우산도
장화도 없이
구부러진 길을 돌아
감자밭으로
소주병을 품에 안고
흙으로 돌아간
옛사랑이 걷던 길을
자박자박 걸어간다
구부러지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슴푸레 빗속으로 걸어간
발자국마다
꽃이 핀다
흙빛으로 핀다
처음 썼던 시와는 다른 시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