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쌓이는 눈은 없었고 추적추적 비만 내렸다 냉이꽃은 계절을 모르고 피었으며 초록을 잃지 않은 배춧잎에는 애벌레가 살을 찌웠다 한 번도 얼지 못한 땅속 김장독에서 김치 익는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던
겨울
지나
삼월
경칩이 외쳤다
개구리들아!
깨어나라!
이월 우수에 일어나
고인 물마다 알 낳은 산개구리
때늦은 경칩의 외침에
삼삼오오 낄낄대는 저녁
모든 것들은
끓어오르는 가마솥 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