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치키차카 치키차카
나락 건조기는 돌아가고
건조기 앞을 지키고 선
담배연기 타들어가고
한 마지기 로타리값 3만원
이양기값 3만원
콤바인값 3만원
유박 3포 2만 4천원
우렁값 1만 2천원
물값, 막걸리값은 빼고
어림잡아 13만원
한 마지기에 세 가마니 수확하여
도지세 한 가마니 떼어주고
남은 것 두 가마니
3월부터 파종하고 모를 내어
인심 써 9월까지만 논일을 했다 치면
꼬박 3개월
아침 저녁으로 2시간씩 3개월에 180시간
유박뿌리고, 써래치고, 논두렁 만들고, 논두렁 깎고
이리저리 투자한 시간 한 열흘에 80시간
한 마지기 농사 2가마니 수확에
꼬박 들인 노동 어림잡아 260시간
최소 시급 6천원을 곱하면156만원
쌀 두 가마니 156만원 받으려면
한 가마니 78만원은 받아야하는데...
기계도 없고 땅도 없는 아랫집 형님
10마지기 농사지어 남은 나락가마니 하나에
12만원 주고 사가겠단다
정부정책을 앞세운 농협님께서
한 해 40만톤 수입에 작년 나락까지
쌀이 넘치고 흐르는 나라라
흉년이건 풍년이건 내년부터는 수매도 없단다
농사짓는 사람 없어도
먹을 것이 넘쳐나는 나라라
돈 되지 않는 것들은
쳐다보지도 말라는데
10월, 여기 저기 나락은
고개를 숙이고
치키차카 치키차카
건조기는 돌아가고
지루해져 버립니다
그래서 시가 어럽다는 것이지요
현실적 내용은 아프게 다가오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