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오랜만에 먹어보는 흑돼지 삼겹살
오른손잡이 가위질을 보면
어설프고 낯설다
똑똑 잘린 삼겹살은 먹음직하나
오른손 가위질은
마음을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던지
잘 흐르던 가위질을 막고
이내 가위를 빼앗아 드는데
영 어색하다며 다시 가위 빼앗아 드는
오른손잡이들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
나와 닮으면 편하고
나와 다르면 낯이 선
단순하지만 무서운 눈빛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인생의 한 쪽 끝을 걸으며 드러난
좁은 편견의 껍질에 놀라
정신 번쩍 드는데
왼손이 편한 나를 꾹 누르고
오른손잡이 가위질을
얌전하게 바라본다
다름을 받아 들이는 건 어렵지요. 그 사이에 이익이라도 끼면 사람은 결사적이 됩니다. 고기를 자르는 일이 아니라, 예를 들면, 우리마을에 나환우 시설을 만든다든가, 장애인 시설을 충원하기 위해 세금을 더 올리겠다든가 하면 말입니다. 가까이는 남자가 설겆이를 한다든가 기저귀를 간다든가 하는 일들도 있겠지요. 함께 살기 위해 양보하고 인정하고 감수하는 일들이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 것입니다. 고기를 썰 때조차 나와 다른게 싫고 허용하지 못하는 좋은 주제를 잘 발견하여 시로 펼치셨는데, 이익이 충돌하는 다름에서 시로 할말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