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
흙
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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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2018.04.09 23:35
봄 햇살 아래
삽 한 자루 들고
밭을 간다
깊은 호흡으로 쇠부이를 받아들이며
물 흐르듯 부서지는
흙 알갱이들
잔돌 하나 걸리지 않고
삽끝으로 전해지는
부드러움은
흙에 살아야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에 대한 의지였다
거름 같은 땀방울
뚝 뚝 떨어져
마르지 않는 흙은
어설픈 삽도
편안하게 받으며
다시 푸른 생명을 잉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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