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소리 창호를 찢는 겨울 밤
구들방 이불 속에 누워있자면
어느 산자락
햇볕 받으며 잘 자라준
참나무에게 고맙고
그 나무 잘라
앞마당까지 배달해준
손길이 고맙고
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패어
아궁이 불 지핀
나의 지난 손길이 고맙고
기둥을 세우고
인방을 치고
서까래를 올린
목수의 손길이 고맙고
잔바람이라도 새어 들라
꼼꼼하게 벽을 바른
미장이의 손길이 고맙고
돌 나르고 흙 발라가며
튼튼한 구들 놓아준
구들장이의 손길이 고맙고
고맙고 고마운
손길과 땀방울들
한 칸 구들방 이불 속에
그득히 모여
연 몸을 보듬어 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