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 작은 학교 화장실 벽
소변기 앞으로 자리 잡은 서각
니가 싸는 것은 밥이다
조금은 어설픈 서각을 보면
오줌 싸는 마음이 경건해진다
내가 싼 것이
누구에겐가 거름이 되어
단단한 씨앗을 맺고
그 씨앗은 나를 키우는 힘이 되듯
세상의 모든 것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커가는 것일텐데
이사람 저사람 손잡고
넘치게 싸질러 놓은 말들은
누구에겐가
밥이 될 수 있을까
실상사 작은 학교 화장실 벽
소변기 앞에 자리 잡은 서각
니가 싸는 것은 밥이다
서각의 내용을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뛰어넘는 것이면 시가 살아나는 것입니다. 싼다에서 연유하여, 말을 싸지른 것까지 가고, 그 말이 밥인지 여부를 묻는 부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