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가 아닌
사람으로
자유롭고 싶었을 것이다
우울한 잿빛과
밤을 옥죄는 불빛을 등지고
별빛 속으로 사라진 것은
손가락 하나의 힘으로
배를 불리고
알약 하나의 힘으로
고통을 잊는
삶의 안락함
그것으로 나를 지배하는
벽 뒤의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달빛에 푸른 고추밭과
벼포기마다 자리잡은 거미줄,
밤샘 작업에 걸린
이슬과 새벽을 보며
마음 열리고
땅으로부터 발끝을 타고 오르는
자유를 만끽하며
독립을 선언했던
그러나
가늘고 긴 그의 촉수는
여전히 나의 곁에 있었다
손과 발과 혀가 닿는 모든 곳에서
질긴 촉수의 돌기들이 튀어나와
피를 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