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요컨대 이것은
뜨거운 것을 다루는 방법을 찾는 실험이다
회사가 문을 닫게 생겼다고
1000의 노동자를 인질로 잡고
100의 노동자를 해고해 보는 것이다.
자본과 대법원과의 연대가 튼튼한가 확인도 해보는 것이다.
한번 푹 찔러보고
찔러도 괜찮다는 걸 확인하고 나면
맘 내킬 때마다 찔러댈 것이다.
남은 1000명은 이제
노예가 된 것이다
주인님 식탁에 땅콩을 봉지째 올렸다간
무릎꿇고 싹싹 빌어도 죽은 목숨인 것이다.
요컨대 이것은
생사여탈권을 놓고 싸우는 것이다
노예의 목숨을 주인 맘대로 해도 되느냐
삶의 터전을 함께 끌고가는 동반자의 지위를 갖느냐
싸워도 안되더라고
포기하는 순간
네 자식을 노예로 바치는 것이다
네 밥줄을 지금 보전하는 댓가가 그것이다
공부를 그렇게 잘한
항공사 임원들처럼
공주님 밑도 닦고 대신 잡혀가기도 하고
요컨대 지식인도 소용없는 것이다
이 싸움에서는
글줄이나 읽은 게 아무 도움도 안되는 것이다
불씨 한톨도 없이
해고자 복직을 이루겠다고
산 목숨들고 70미터 굴뚝으로 올라간 싸움
싸움은 원래 춥고 서러운 것이지만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자는 춥고 서러운 것을 알지 못한다
우리 모두의 생사여탈권을 대신해서
지금 싸우는 자에게 손을 보태자
교황에게 편지를 쓰고
마힌드라에게도 편지를 쓰고
살려달라고 하자, 아우성을 치자
대법원의 판결정도로는
포기하지 않는 구나
노동자를 노예로 만들 수 없겠구나하는 판단을 주자
이들을 살리는 것이
지구의 전체 인류를 살리는 것임을 알려주자
요컨대 이것은
노동자를 노예로 거느리는 자는 외롭고
노동자를 동반자로 만드는 자는 힘이 세진다는 걸
각성하게 하는 실험같은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자본이
다시 만들려고 하는 노예제 계급사회를
인본주의가 극복할 수 있는지 없는지
우리 모두가 굴뚝 꼭대기에 앉아
고민하게 하는 것이다
2014.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