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가령 집에 들어온 도둑을 잡으려다가
도둑의 옷을 찢었다면
도둑의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가 묻고 싶다
도둑의 손해를 배상하기 위하여
나의 집에 가압류를 한다면
나는 나의 손해를 배상받기 위하여
경찰서를 가압류 해야하나
법은 상식위에 존립한다는 거짓말을 한게
대체 누군지 궁금하다
나도 안다
내가 다섯겹의 우산을 쓰고 있다고 해도
법이라는 비는
편리한 대로 휘어져 내려
나를 젖게 만든다는 것을
쓸쓸하고 슬프게 만든다는 것을
그래도 이나라에서 국민으로 살아가려고
이 땅에 발 붙이고 살아보려고
법이 잘못된 게 아니라
법을 해석하는 법관들이 잘못하는 걸 알기에
한번만 더 법전을 들여다 봐달라고 읍소하는 나는
자존심도 상하고 슬프고 쓸쓸하지만
법을 잘 모르는 나는 법을 지키려고 이렇게도 괴로와 하고
법을 잘 아는 너희는 법을 코딱지 주무르듯 하는 것이니
진실과 양심이 나에게 있는 한
나는 살고
너희는 진실과 양심에 살지 못하리라
상하이와 마힌드라가 내 집에 들어온 도둑이고
그 도둑을 잡을 체계가 법전에 마련되어 있지않는 한
먹튀는 계속될 것이고
도둑을 위한 법의 해석 아래에서
주인은 계속 비에 젖어 슬퍼하며 울며 죽어가리라
어떤 국회의원도
이 모순을 바로잡을 법률을 만들 수 없단 말인가라는 질문을
왜 우리가, 매맞은 노동자가
비에 젖어 울며 자문하고 자문해야 했는지
오,
오직 역사가 기록하리라
201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