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70미터 -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굴뚝농성을 지지한다.

박상화 0 1,074

 

 

 

낮은 데선 말이 안 통하니까

높은 데로 올라간

해고노동자들이 있다

 

자본은

제 눈 높이 위에서 얘기하면 

꼬리를 흔들며 말을 잘 듣는 속성이 있으니

 

높이 70미터면 될까

폭1미터

바람에 흔들리는 콘크리트 굴뚝의 꼭대기

12월의 바람

 

말이 통하느냐 안통하느냐에 목숨을 걸고

2명의 산 해고노동자와 

25명의 사망한 해고노동자가

앞서고 뒤서서 오른 곳

 

경영을 부실하게 한 책임도

상하이자동차에게 농락당한 책임도

마힌드라자동차에게 먹튀당할 책임도

모두 노동자에게 있다고

대법원이 판시하였다

 

책임을 뒤집어 쓴 누명이 억울해서

25명이 목숨으로 결백을 증명한 뒤에도 대법원은 

눈코입 다 틀어막고 판시하였다

 

말 좀 하자하면 

구사대를 보내 때리고

공장을 점거하면 

경찰을 보내 때려 죽이고

법치국가에서 법으로 하면 

대법원을 시켜 노동자 책임이라고 뒤집어 씌우니

 

어찌할까, 70미터 굴뚝에 올라

망할 굴뚝 구멍에 대고 똥이라도 싸볼까

말로해도 안되고 

주먹으로 해도 안되고 

법으로 해도 안되고

 

25명에 2명 더 보태는 건

네 놈들 콧구멍에서 콧털하나 뽑는 것도 안되겠지만

쌍용에서 가장 높은 데서

목숨걸고 똥이라도 한번 싸보는 게

마지막 자존심이다, 개새끼들아

이 씨발 새끼들아

 

뇌물을 술에 타 쳐먹고 놀아날 동안

새벽부터 밤까지 

우리는 공장을 만들었다

 

머리 아프니까 대충 상하이 사기꾼한테 넘어갈 때도

새벽부터 밤까지

우리는 공장의 불을 밝혔다

 

너희가 무슨 짓을 하건

새벽부터 밤까지

우리는 공장을 지켜왔다

 

우리가 내 쫒기고 나면

공장이 폐허가 될 걸 우리는 안다

외국놈들은 기술만 빼먹고 인건비가 비싸다며 도망갈 것이다

 

너희가 무슨 짓을 하건

우리는 공장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너희가 무슨 짓을 하건

우리는 이 도시를, 민족의 자활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보지 않았는가

코카콜라가 인도의 한 도시에 모든 지하수를 빼먹고 철수한 것을 

그 후 그 도시가 사막이 되고

사람들이 살 수 없어 뿔뿔이 흩어진 것을

 

굴뚝에 올라 탄 

저 두 노동자를 끌어 내려라

그것은 평택을 사막으로 만드는 결정이 될 것이다

그것은 민족의 자활을 끊는 사건이 될 것이다

투자를 하겠다고 침만 발라도

멋대로 쥐고 흔들 수 있는 한국은 이래도 되는 나라라는 걸  

온 세계에 공표하는 뉴스가 될 것이다.

 

아아, 부끄러움도 모르고

법의 정의도 모르고

뇌물 아니면 폭력으로 점철된 나라에

70미터 눈 높이면 혹시 말이 통할까 싶어

한 겨울에 

굴뚝 꼭대기에 목숨을 얹은 사람이 

둘하고 스물 다섯명이 있다.

나는 그 투쟁을 지지한다.

정부없는 노동자의 고독한 투쟁을 지지한다.

만주벌판의 독립군처럼

그 갈라터진 추운 외롭고 쓸쓸한 투쟁을 지지한다.

저 공장바닥에 묻힌 25명의 영혼을 두고 떠날수가 없어서

인간이 그래선 안될 것 같아서

제 목숨도 거기 얹고 저도 주저 앉으려고 하는 착한

착하고 외롭고 높은 저 투쟁을

나는 눈물로 지지한다.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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