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몸은 마음과 달라
마음이 몸을 제 마음대로 이끄는 것 같지만
몸이 마음을 이끄는 지도 몰라
세균이 몸에 침투하면
마음이 시키지 않아도 몸이 세균과 싸워내듯이
마음이 아프면
몸이 술을 필요로 하듯이
다 기억하면 몸이 아플까봐
덜어내도 되는 것들
묻어 두어도 되는 것들
지워도 되는 것들
하나씩 둘씩 잊어버리는 거야
잊어버리는 건
몸이 스스로 지키기 위해
접어 두고 박스에 담아 묶어 두는 것
잊어버리는 건
슬픔이 아니고 치유이니,
현재를 잊고
먹고 가리는 것조차 잊고
기억의 숲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죽기 전에 한번 온 힘을 다해
그 기억을 이겨내고 싶어서
용기를 낸 것
인생에 현재보다 중요한 기억이 있어
꼭 한번 다시 싸워봐야만 했던 것
201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