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잊어버리는 것에 대해

박상화 0 1,029

 

 

 

몸은 마음과 달라

마음이 몸을 제 마음대로 이끄는 것 같지만

몸이 마음을 이끄는 지도 몰라

 

세균이 몸에 침투하면

마음이 시키지 않아도 몸이 세균과 싸워내듯이

마음이 아프면

몸이 술을 필요로 하듯이

 

다 기억하면 몸이 아플까봐 

덜어내도 되는 것들

묻어 두어도 되는 것들

지워도 되는 것들

하나씩 둘씩 잊어버리는 거야

 

잊어버리는 건

몸이 스스로 지키기 위해

접어 두고 박스에 담아 묶어 두는 것

잊어버리는 건

슬픔이 아니고 치유이니,

 

현재를 잊고 

먹고 가리는 것조차 잊고

기억의 숲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죽기 전에 한번 온 힘을 다해 

그 기억을 이겨내고 싶어서

용기를 낸 것

 

인생에 현재보다 중요한 기억이 있어

꼭 한번 다시 싸워봐야만 했던 것

 

 

201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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