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이랜드 매장 입구에
하나님이 텐트를 치셨다
날 때에 하나님께서 부여한 존엄한 노동에 예의를 지켜라
노동자의 자존심을 네 주를 대하듯 존중하라
농성 몇 백일째
하나님께선 칠일만에 쉬셨으나
하루도 쉬지 못하는 소명에
여린 주먹을 쥐고 하느님의 가슴을 때리다가 지쳐 쓰러진
어린 양의
갈라 터진 두꺼운 손에 쥐어준
김남주의 시집 한 권
힘 내세요
아주 쉬운 말로 씌여진 책이예요
김남주를 모르는 그 노동자에게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든가 모르는 그 슬프고 괴로운 손바닥에
시집 한권을 놓고 돌아오면서
하나님의 손은
저렇게 부르트고 갈라터진 상처투성이 두꺼운 손일거라고
바람과 냉기의 집같은 저 텐트안에 거하실 거라고
그날 이후로 나는
알아듣기 쉬운 시를 써야하는 이유를 알았고
언젠가는
꼭 그런 시를 쓰겠다고
텐트 안에 거하시던 그 분과 약속하였다
2014.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