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떨어져
마르고
비틀리면서
상심한 나날들
지독한 감기를 앓고 난
낙엽들
가벼워졌다
바람이 분다.
낙엽들 달린다.
바람을 타고
바람의 갈기를 움켜쥐고 달리는 수 백 수 천의
인디언 전사처럼
오로로로 신나게 괴성을 지르며
도로를 따라 언덕 너머로
내 달린다
내 달린다 거침없이,
마른 낙엽들이
신나게 살아라 한다
비에 젖어 썩어가기 전에
비애에 젖어 썩어가지 말고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날듯이 한번 달려보라 한다
201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