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별빛을 바라보며

박상화 0 1,118

 

 

 

형수님, 

그 많던 통증을 어떻게 다 참으셨어

이를 악물어도 신음소리가 새 나오고

허리가 꺾여도 놔주질 않던 아픔이었을 텐데

울어도 소용없고

형님과 나누어 덜 수도 없는 

온전히 혼자서 싸워야 하는 고독한 통증이었을 텐데

 

형수님, 

시집와서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나네 

해맑게 웃으시며 날이 춥다고 아랫목을 비워주셨지

처음보는 시동생을 반가운 친누이처럼 대해 주셨지

그때도 자꾸 아프셨지만

내색하지 않고 자꾸 웃으셨어

 

형수님, 

착한 사람이었던 거 내가 알아

애들 다 키워 놓고 가려고 참으셨던 거 내가 알아

죄가 많은 내가 

먼 별빛을 바라보며 담배만 피워 올려도 

내가 알아, 형수 가실 때 여기는 하얀 눈이 왔어요

 

형수님, 

고통은 산 자의 것이지

푸른 잎사귀가 가시로 오그라드는 메마른 땅에서도 

꽃을 피워내던 선인장의 의지를 좋아하셨던 것처럼

이제 꽃을 피우셨으니 

더는 아프지 않으실 거야

 

형수님,

내 마음 속에 따뜻한 별빛이 되신 형수님, 

먼저 가고 늦게 갈 뿐

우리도 산자의 고통이 끝나는 날, 모두 별빛이 되어 

살아서 고통을 이겨낸 날들 만큼 반짝일거야

이제 편히 주무세요, 고통은 무거워 따라 가지 못할 테니

잘 가요

잘 가요

 

201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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