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뭐라고 그러더냐
네가 파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겠더냐
손을 들어 휘 저으면
제 몸 몇 십배 길이를 도망갔다가
어떻게 먹을 게 있나 또 목숨을 걸고 기웃거리는 것인데
너는 목숨을 걸고 밥을 찾아 본 적이 있느냐
똥은 파리의 밥이다.
빵을 먹는 영국인이 카레를 먹는 인도인을 보고
냄새나는 카레밥을 먹는다고 비아냥대는 게 옳으냐
영국인이 인도에 총칼을 들이대고
인도인의 밥을 빼앗아 먹은 게 옳으냐
썩은 고기를 먹던 입으로 너에게 기웃거리는 게 싫더냐
굶어도 썩은 고기를 안먹겠다면
목숨이 떠나고 썩지 않는 고기란 없으니
너는 살생을 하겠다는 게로구나
산고기가 죽은 고기보다 깨끗하겠더냐
남의 밥을 빼앗아 먹고 살생을 하는게
파리보다 정갈한 삶이라면
파리보다 더 잘사는 거라면
인간이 아니다, 파리보다 정갈하고 잘사는 자는
2014.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