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반가사유상

박상화 0 973

 

 

 

어제는 아팠다

아무리 바래도 손님은 안오고

갚아야 할 돈은 심장을 조여오고

기계들은 너무 늙어 한숨을 쉴 때마다 고장이 났다 

 

처자식을 버리고 

머리깎고 절로 들어갈까도 생각했으나

절에서도 

빚이 있는 자는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니

자본주의 시대에 빚은 악몽의 쇠사슬이 틀림없구나. 

 

세상은

결대로 흘러가는 것이어서

결을 비켜서지도 돌아서지도 못하고

결을 어기면 다친다고 하던데

안되는 장사를

혼자 가슴을 태워봐야 나만 다치는 일인줄 알면서도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매일 간절히 생각을 한다

 

가슴 태우는 일도 자꾸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간절함이 없어져 도달하는 평온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매일 매일 간절히 살길을 생각하다가

도달한 곳은 통증이었다

 

중력은 빚진 자들에게만 작용하는 힘인가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은 늪을 밟는 것 같고

어깨는 바스라지듯 눌렸다

통증은 도망가고 싶은 마음

이 자리에서 이기고 살아야 한다고

마음 다짐을 하는 동안에도

몸은 도망가라고 도망가라고

 

어제는 아팠다

 

오늘도 손님을 기다리며

한 이틀쯤 땀을 흘리며 앓고 나면 정신을 차리겠는데

빚은 아픈 것도 허락하질 않아서

고개를 접고 앉아

혼란스러운 꿈같은 생각을 한다

 

 

201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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