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따뜻한 밥그릇의 힘

박상화 0 1,037

 

 

 

어려서 나는

할머니 손에 고봉으로 담겨 아랫목에 고이 묻어진 밥이었다.

좀 더 커서는 

어머니 앞치마에 수북한 단팥빵이었고

아버지 허전하실 때 오르던 관악산의 정상이었다

 

개밥그릇 발로 차면 벌받는다던 사장이

툭 차버린 건

할머니의 밥과 

어머니의 수북한 빵, 

아버지의 정상이었다. 

그건 남의집 자식한테 그렇게 쉽게 차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필요하면 한 줌 사다가

대충 끼워넣고 기계를 돌릴 수 있는 나사 못은 없듯이

숙련된 기능공은 매뉴얼 이상의 일을 한다

사장을 위해서나

노동자를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도 

그건 그렇게 쉽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할머니의 밥은

임진왜란도 육이오전쟁도 이겨낸 힘이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게 

비정규직을 하청직으로 만드는 게

이익이라고 계산했다면

그건 그렇게 쉽게 기뻐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회사의 가장 가치있는 재산은 숙련된 인력이고

기계는 착취 당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잉여이익을 만드는 건 

오로지 따뜻한 밥으로 숙련된 인력뿐이다. 

 

할머니의 밥이 자본가를 만들어 준 힘이고, 

어머니의 빵이 잉여이익을 내주는 힘이고, 

아버지의 정상이 자본가를 정상으로 이끌어주는 힘이다. 

지극한 사랑은 오류를 만들지 않으며, 

숙련을 매뉴얼이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오류다.

 

 

201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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