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서리가 하얀 아침이 나는 서럽다
딸 애는 피곤했다
서리가 하얀 아침 늦잠을 자고 말았다
밤새 인터넷하느라 늦잠을 잔다고
마누라는 서리가 하얀 고함을 쳤다
너무 무서워 얼이 빠진 딸은
잠이 덜 깬 서리가 하얀 차를 끌고 줄행랑을 쳤다
어린 아들은 문 앞에 서리가 하얀 영문을 몰라
재빨리 눈치를 봤다
전화 속에서 딸이 흐느껴 울었다
서리가 하얀 길 가에서
딸은 깨진 범퍼를 들고 울고 있었다
내 차 범퍼만 깨진 가벼운 사고였지만
도와달라니 와 본 경찰은 서리가 하얀 과태료를 끊어주었고
딸은 가난한 아빠를 깨뜨린 것이 미안해서 자꾸 울었다
마누라는 눈치를 보고
아들은 학교에서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다.
괜찮다 다 괜찮다
그만하기가 천만다행이다
모두를 다독여 놓고
깨진 범퍼를 철사로 꼬매볼까 본드로 붙여볼까
이런저런 궁리를 하느라 쭈그려 앉아
담배만 빡빡 피워대는
서리가 하얀 아침
201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