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사람

박상화 0 954

 

 

 

저 사람은 미쳤다 끊임없이 혼자 중얼거린다

허공과 싸운다 시를 쓰고 있구나

갇혀서 자기안에 갇혀서

자기 안에 갇히지 않은 자 누가 있을꼬

그는 먼 곳에서 태어나 자랐다

너무나 수줍어서

말을 잘 못하던 그에게

허공과 자유롭게 웃고 말하던 그에게

사람들은 자꾸 손가락질을 해댔다

그것이다 손가락질이 그를 밀었던 것이다

옆마을로 옆마을로 

손가락질에 밀려 끝없이 이주를 하다 

마침내 여기

그 모든 손가락질이 모여있는 허공에 대고

유창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시를 쓰는 것이다

소통이, 따뜻한 소통이 하고 싶어서

이 추운 겨울날 

달려온 말같이 입김을 내뿜으며

덜덜 떨면서

 

 

2014.11.13 

 

 

* 이 미국의 가게 앞에는 미국의 홈리스들이 자주 온다.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니까 구걸을 하기가 좋고, 거의 대부분 거스름돈을 받아 나오므로 그 잔돈을 좀 달라고 하기도 좋은 장소다. 그런데 그 구걸하는 태도가 가히 미국스러워서 굉장히 무례한 거지도 많다. 반 강도같다고나 할까. 왠지 안주면 해꼬지를 할 것 같아서(대검크기 칼들은 기본적으로 차고 다니니까) 뺏기다 시피 주고는 가게 주인에게 와서 소근소근 이른다. 그럼 또 쫒아내는 일이 반복된다.  

어느 겨울날 아침이었다. 반은 미친 홈리스가 가게 앞에 와서 허공에 대고 껄껄거리며 떠들기 시작한 것은. 가만 보고 있으면 그는 진실로 앞에 누군가 있어서 그와 얘기를 한다. 때론 혼자 두사람이 되기도 한다. 

 

시를 쓰는 것은 말을 하는 것이다. 하많은 말중에 가슴에 박히는 말이다. 사람들은 소설을 읽어도, 연극이나 영화를 봐도 음악을 듣고 그림을 봐도 가슴에 박히는 한마디로 기억한다. 그것이 시다. 사람스러운것, 아픈 것, 그 한마디가 가슴을 뛰게하고 몸을 부린다. 누구나 말을 하고 많은 말을 하지만, 남의 가슴에 박히는 한마디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 마음을 울리고 건너가서 남의 마음을 울릴 때 그것이 소통이 된다. 그러니 이기적이어선 시가 될 수 없고, 거짓도 시가 될 수 없다. 남의 마음에 가 박혀서 씨악처럼 자라는 것, 조타처럼 그를 움직이는 것, 그러나 나와 나의 편만 울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울리는 것, 사람의 길, 양심을 여는 열쇠가 되어야 한다. 시는 자비고 긍휼이고 번뇌다. 사람을 위한 번민이다. 그 고민이 없으면 시가 되지 않는다. 

 

그가 맑은 정신이었을 때, 나는 그에게 고향이 어딘지 물었던 적이 있었다. 여기서 차로 한시간 거리의 도시에서 그는 자라고 학교를 다녔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조금씩 조금씩 거주지를 옮겨가며 나이 오십가까이 된 지금 여기까지 밀려 내려왔다.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면 한발짝 밀리고 밀면 또 밀리며 일생 한시간 거리의 도시까지 와 선 것이다. 노숙을 하고 어쩌다 텐트도 치며, 배낭하나 메고. 크고 힘이 세고 험하게 생긴 그를 분열시킨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른다. 

 

그날 그가 허공과 하던 대화는 마치 우리가 오랜 친구를 만나 목로주점에서 한잔을 마시고 하는 대화같은 것이었다. 호쾌하였고 말이 많았다. 맨정신의 그는 어눌하고 수줍었다. 말을 거의 안했다. 입김이 허연 겨울날이었다. 깜냥대로 살다가 억울해도 참고 살다가 손가락질 당하고 조롱당하고 속임을 당하며 살아도 그는 자신을 분열할 뿐, 남을 속이지는 않았다. 시 따위가 뭐란 말인가. 알아들을 수 없던 그날 그의 말이 나의 가슴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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