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해살이 너무 좋아 은행나무를 꼬셔서 술을 한잔한 늙은 단풍나무가
난 빨간데 너는 왜 안빨개지냐고
헬헬헬 웃으며 시어터진 시비를 거는 사이
까르르 웃음이 터져 뛰고 구르던 빨갛고 노란 낙엽들
로드킬을 당하고도 킬킬거리던 낙엽들
돌아가신지 20년이나 된 할머니
아직도 가을이면 어김없이 마당에 나와 갈퀴같은 손으로
쓸어 말리시는 빨간고추 멍석 옆을 돌아
골목길로 쪽 빨려 들어간 가을 한낮
따뜻한 해살
2014.11.8
*햇살이 맞지만, 여기선 굳이 해살로 쓰고 싶었다. 이하나 빠진 발음 같아서, 가을날 낮술 한잔에 발개진 할아버지들이나, 고추를 널어 말리시던 할머니처럼 이 빠진 발음이 정겨워서, 해살로 쓰고 싶었다. 해살에는 그 노인네들의 정겨운 쭈글쭈글하고 찬찬하고 다정하던 그리운 살이 담겨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