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사당동 태평백화점 앞에는 형님이 계신다
사람이 흐르는 거리
전봇대처럼 말뚝박고 서서
족발을 썰어놓고
흐르는 사람 속에 혹시 이 아우가 없는가
지쳐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흐느적
흘러가고 있지는 않은가
제 살을 깎아 쌀 팔아 오느라
이 밤도 구석진 어디서 울고 있을까봐
호랑이 눈썹 밑에
아랫목에 묻어 둔 밥주발같은 눈으로
아우가 올 때까지
사흘도 기다리고 닷새도 기다리시는 형님
소주 두병 사들고 사당동엘 가면 형님이 계신다
오는 손님마다 붙잡고
내 아우요 싱글벙글 자랑을 하신다
아우가 뭐하는 사람인지 아무도 관심없는데도
내 아우요 내 아우요
세상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하신다
형님네 족발탁자 모퉁이에서 소줏잔 기울이다가
포장마차 위로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먼지구뎅이 세상이 쏵 쓸려나가는 득음을 하게 된다
그 우렁찬 소리에 맞춰
소주 한 잔 털고
족발 김치 썰어 형수님 뚝딱 만들어 준 오향장육 김치찌개를
한 입 떠 넣으면
아아, 추운 거리가 따뜻한 아랫목이 되고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베토벤 교향곡 부럽지 않은
웅장한 고향이 들린다
지치는 날엔
소주를 두병만 사들고 사당동 형님을 찾아가시라
그대도 내일부터 형님이 기다리는 아우가 된다
서울 한 가운데
불켜놓고 언 아우를 기다리는 그대의 아랫목이 생긴다
2014.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