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고립된 병사의 기록

박상화 0 822

 

 

 

높은 산, 근심이 많아 머리가 세었고

깊은 바다, 죄가 많아 파랗게 질렸네

이고 가던 하늘은 어두워져 먹구름 드리우고

큰 강물, 온종일 울며 쓸려 밀려갔네

 

숲을 이룬 나무들 고개를 숙인채 말을 잃고

패전의 폐허에서

신음소리조차 잦아드는 노여움.

 

열망은 적들의 것이었네

안개의 숲속에서 꿈만 꾸던 아군은

어둠 속의 목적지를 찾아 사분오열 흩어졌네

 

우리 분대는 고립되었네

지휘부는 전멸하였고, 

우리의 슬픈 비명을 들어주는 이는 적들 뿐!

 

다음 집결지를 알지 못하는 채

생존을 위한 이동과 전투을 계속하는 동안 

길 끊어진 언덕 너머에서도 길은 다시 엎드려 

노여운 길이지만 가야만 한다 하고

새벽 안개는 무거운 걸음 한걸음 만큼씩만 

근시의 세상을 내어주네

 

 

201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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