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세월호의 아이들

박상화 0 903

 

 

버려진 매미허물처럼

어디로 갔는가, 우리들의 말은.

 

뇌물로 엮인 먹이그물의 정점에 빠져버린 세월호의 아이들

비밀을 감춘 금고처럼 단단한 선실

열리지 않는 선실

넘실대는 어둠의 통신 아래

열려는 사람과 닫으려는 사람을 구분할 수 없던 깊고 어두운 바다

진실의 시야를 가린 채 돌로 굳어버린 정의의 여신과

아이들의 흰 손

 

손을 들어다오, 아이들아

흰 손을 들어 한번만 더 시를 써 다오

흰 입술을 열어 한번만 더 노래를 불러다오

하얀 진실의 꽃을 들어다오

애비는 목마른 허물을 모아 등불을 켜고, 

두꺼운 눈물의 기록을 펼쳐 

슬픔이 어떻게 진실에 밑줄을 그어 보이는지 얘기해 주고 싶구나

 

자박자박 어미를 따라오다 돌아보면 없는 고단한 네 숨결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면

기적은, 희망은, 수면을 열고 올라오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다

 

뇌물로 엮인 자여, 세월호의 아이들을 보고

뇌물로 엮은 자여, 너의 아이들을 보라

 

세월호의 아이들에게 뚫린 뇌물의 그물은 망각으로 기워진다

지금 저 바다는 뇌물과 망각으로 만들어진 금고

자본의 바다는 검고, 차고, 단단하다, 그러나

아이들의 흰 손 앞에선

아무도 잠들지 못하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어야 한다

 

폭설처럼 내려 덮이는 선정적 광고와 음란한 뉴스 속에서 

어디로 가는가, 우리들의 기억은

촘촘한 가정의 불빛마다 아이들은 자라나는데

어디로 가는가, 우리들의 분노는

 

 

201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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